"70대면 어때, 교복입고 학교가고 싶어"
올해 고입 검정고시에 충북지역 최고령으로 합격한 김유성(여.71.청주시 흥덕 구 사창동)씨의 마음은 벌써 고등학교에 가 있다.
손자들이 대학생인 나이지만 교복을 입고 정식으로 고등학교 문을 두드리는 것 이 김씨의 소원.
김씨는 "처음에 검정고시 시작할 때 너무 좋아서 아파도 가족들이 학원 못가게 할까봐 아픈 내색도 안했다"며 "80세 넘게 살아 고등학교도 다니고 대학교도 가 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딸이라서 학교 근처에도 못갔던 것이 한이 돼 3남2녀의 자식들이 모두 대학교육 까지 마치도록 뒷바라지했던 김씨는 지난 1999년 다니기 시작한 서예학원 선생 님의 권유로 검정고시를 시작했다.
나이 때문에 배운 것을 금방 잊을까 매일밤 3시까지 교과서를 붙잡고 매달리는 김씨의 열정에 평생을 초등학교 교단에 바치고 퇴임한 남편 장성호(74)씨도 모 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며 격려했다.
학원에서 40-50대들이 `내 나이가 몇인데 검정고시냐`며 포기하려 하는 걸 볼 때 마다 `고참`격인 김씨는 "지금 나이가 얼마나 좋은데 그러냐"며 용기를 북돋우 면서 지난 4일 시험을 치렀다.
야학과 학원에서 받은 상장과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모아두는 스크랩북에 고입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끼울 한 자리를 비워놓고 결과를 기다려온 김씨는 6일 합 격 소식에 시종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손자.손녀들에게 산교육이 되는 것 같아 더욱 보람이 있다는 김씨는 "내가 책상 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니 손주들은 공부하란 소리 안해도 더 열심히 한다"며 "게다가 의례적인 인사 말고도 손주들과 요즘 얘기가 통해 너무 좋 다"고 즐거워했다.
건강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을 염려하는 남편과 진지하게 입학문제 를 상의하고 있다는 김씨는 "더배우면 뭐할까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어도 배 우는 게 그저 좋아 행복하게 공부했다"며 "다들 젊어서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 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 알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