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50대의 '늦깎이' 주부 대학생이 대 학시절 2천시간이 넘는 자원봉사활동으로 이웃들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오는 18일 졸업을 앞둔 경남 창원전문대 가족복지과 2학년생 이필자씨(54.창원 시 내동).
이씨는 2003년 대학에 입학한 이후 무려 2천88시간 동안 홀로사는 노인들과 외 국인노동자,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본 여성들을 위해 작은 힘이 돼 왔다.
학창시절 이씨가 제조회사에 근무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간 수업시간, 직장 근무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전 시간을 봉사활동에 몸담은 것이다.
한달 70만~80만원의 적은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 넉넉치 못한 살림이었지만, 평 점이 4.34를 기록할 정도로 학교 수업에도 '젊은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자리라면 언제나 맨앞에 서 있었다.
이씨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지금껏 자식키 우느라 주위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면서부터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던 이씨는 세딸을 키워 놓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야되겠다는 생각에 50대를 넘어 다시 펜을 잡았고 2003년 검정고시 에 이어 같은해 가족복지학과에 합격했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홀로사는 독거노인에게 일주일에 한번 씩 안부전화 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회 봉사활동에 첫발을 내디딘 이씨는 이후 외국 인노동자상담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여성보호시설에서 가정폭력 피해여성들 과 상담을 한 시간이 어느새 2천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이국땅에서 설움을 느끼며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그나마 즐거워하던 모습, 가정폭력에 힘들어 하던 여성들이 잠시나마 시름을 잊었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2천시 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지금 이씨는 취업의 벽에 부딪혀 마음이 씁쓸하다.
생계를 위해 취직을 해야하지만 나이가 많고 실무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오라고 손짓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히니깐 공부를 왜 했던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며 "나이가 취업의 장벽이 되는 사회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 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해 노인요양시설에 생활지도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 필자씨, 다른 사람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50대 졸업생의 소박한 꿈이 결 코 헛되이 돌아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