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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최고령 중입검정고시 합격자 김향순씨(고시윌회원님)

노력파 0 6,129 2013-05-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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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뼈가 깨지는 아픔인데
배움을 향한 오체투지
[무한정보가 만난 사람] 2013년도 제1회 중입검정고시
예산군 최고령 합격자 김향순씨장선애 기자  |  jsa7@yesm.kr
 
   
 승인 2013.05.20  10:59:08       
 http://www.yesm.kr/news/articleView.html?idxno=22975
   
 
“아, 몸이 좀 불편하시군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불편하죠”

2013년도 제1회 중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 예산군 최고령 합격자인 김향순(53)씨,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한 기자의 첫 마디에 김씨는 환하게 웃으며 응수했다.

인터뷰는 예상보다 길어졌고, 골형성부전증이라는 선천성 희귀질환을 앓으면서도 누구보다 낙천적이고 삶의 에너지가 충만한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얘기는 본래 주제인 검정고시에서 자주 벗어났다. 모든 일들이 1급 지체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가 겪는 세상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씩 공부

“돌 지나 걷기 시작하면서 부터 툭하면 뼈가 부러졌다고 해요. 성장이 진행되는 열여덟살 될 때까지 골절된 횟수는 셀 수가 없어요. 우리 어릴 땐, 그 검정이불 아시나? 온 가족이 한 방에서 검정이불 하나 덮고 살았으니까, 자다가도 형제들하고 부딪쳐 뼈가 부러지곤 했죠”

병원에도 갈 형편이 못돼 병명도 제대로 모른 채, 골절되면 되는대로 그 아픔을 그대로 겪으며 살았다고 한다. 세살 때 키라는 그의 몸은 부러진 뼈가 굳어 꺾이고 또 꺾여 있다.

   
▲ 시험 끝난지 얼마되지도 않았건만 다시 고입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향순씨. ⓒ 무한정보신문

그 팔로 책상을 끌어안았고, 굽어진 허리 때문에 바로 앉지 못하면서도 욕창방지 방석에 앉아 하루 10시간씩 시험준비에 매달렸다.

“어릴 때 아픈 것보다 더 서러웠던 것이 못 배우는 거였거든요. 친구들이 학교에 갈 때 매일 울었어요. 언니랑 동생이 공부하는 거 보면서 한글을 깨쳐 읽기는 했지만, 받침이 복잡한 쓰기는 이번에야 제대로 익혔어요”

김씨가 검정고시를 준비한 시간은 3개월. 그 사이 국어와 수학, 사회, 과학, 도덕, 실과 여섯과목을 모두 끝내 과목마다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과목당 과락 60점만 넘으면 합격이지만, 그의 목표는 달랐다.

“시험점수가 안좋아서 속상해요. 모두 100점을 맞고 싶었는데…. 수학공부가 특히 어려웠어요. 살면서 계산기는 곧잘 사용했지만, 구구단도 외지 못한 상태였으니까요”

연산책을 사다가 반복해서 풀고, 모르는 문제는 주변사람들에게 물어 외우다시피 해서 끝내 자기것으로 만들었다.

“공부를 해보니 반복 밖에 방법이 없더라구요. 누가 가르쳐줘도 자꾸 잊어버리니 보고 또 볼 수 밖에요. 특히 수학은 지루하고 지겨울 때가 많았는데, 다시 책상에 앉으면 저도 모르게 수학책을 붙잡고 있어요. 하하”


똑 소리나는 살림꾼

결혼은 서른이 되던 해에 했다.

논산이 고향인 그가 예산으로 온 것은 스물여덟 나던 때였다. 당시 예산에 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작은 회사가 있어 취업을 위해 온 것이 반려자를 만나고 평생 보금자리를 일구는 계기가 됐다.

남편 이홍현씨(62) 역시 1급지체장애로 휠체어를 타지만, 부부는 서로를 위하며 오손도손 그림처럼 살고 있다.

20여평 작은 임대아파트 베란다의 어여쁜 화초들은 남편 이씨의 솜씨라고 한다.

주부의 상황에 맞춰 아주 낮게 설계된 주방 싱크대를 비롯해 집안이 반짝반짝하다. 깔끔쟁이, 부지런쟁이라는 김씨의 별명이 그냥 나온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집안살림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고 화장도 한듯 안한 듯 곱게 할 줄 아는 ‘천상여자’다.

김씨의 공부방 한쪽에는 그의 삶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김씨의 손때가 묻어 낡고 오래된 검정색 재봉틀이다.

“3년 전 이사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신례원에서 살았어요. 그 때는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는 생계를 잇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죠”

옛 충남방적 인근에서 옷수선을 했다. 재봉 뿐만 아니라 양장도 배워 솜씨가 수준급인데 눈이 침침해지고, 허리도 더 안좋아지면서 여러해 전에 일을 놓았다.

“그 때는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주거환경도 너무 안좋았고. 이사하고 나니 춥지 않아서 정말 행복해요”


다시 고입검정을 향해

당당하게, 밝게 살았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며 물어봤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해 본적이 없다.

“부끄럽다는 생각을 안했으니까요. 뼈가 부러진 채로 지내려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그냥 참았어요. 몸이 이런 게 부모님 잘못이 아니잖아요. 단지 배움이 없는 게 속상했지만, 배울 수 있는데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저처럼 배울 수 없는 상황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는 내년에 고입검정고시에 또 도전할 생각이다. 마음같아서는 예산여중에 입학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휠체어에 앉아 하루 여덟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무리가 될 것 같아 포기했다.

그의 책상에는 벌써 여러장째 영어단어를 외운 흔적이 있는 이면지가 놓여있다. 연필로 쓴 글씨체가 정갈하다.

시험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50대 아줌마의 패기가 놀랍다.

“어차피 공부는 자신과 자신이 싸우는 거더라구요. 정작 힘든 건 배울 곳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래도 비싼 수강료를 내야하고, 주변에 야학같은 프로그램이 없어 독학으로 모든 것을 익히려니 고충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마 저 같은 분들이 계실 거예요. 저소득층이나 장애인들을 위해 배움의 공간만이라도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그럼 뜻있는 분들을 모아 함께 공부하고, 가르치는 봉사자도 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님 인터넷 강의료라도 지원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이제 와 학력을 인정받는다고 특별히 달라질 게 없는데, 고입검정이 끝나면 대입검정까지 계속 도전하겠다는 이유가 궁금했다.

“교육은 그 자체가 희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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